'60년 넘게 바친 북인생' 임선빈 국가무형유산 악기장의 '명품소리북' 탄생의 비밀을 밝힌다

밤나무나 포플라나무 재질에 목덜미 소가죽만 사용하고 친환경 물감칠 등 일반소리북과 확연히 다른 재질 및 제작과정
"스승의 가르침 기억해내 복원"... 북 중앙에 봉황과 용을 그리거나 직접 문양 새겨넣은 북도 있어 다양한 작품으로 탄생

이명선 기자 | 기사입력 2024/09/19 [11:17]

'60년 넘게 바친 북인생' 임선빈 국가무형유산 악기장의 '명품소리북' 탄생의 비밀을 밝힌다

밤나무나 포플라나무 재질에 목덜미 소가죽만 사용하고 친환경 물감칠 등 일반소리북과 확연히 다른 재질 및 제작과정
"스승의 가르침 기억해내 복원"... 북 중앙에 봉황과 용을 그리거나 직접 문양 새겨넣은 북도 있어 다양한 작품으로 탄생

이명선 기자 | 입력 : 2024/09/19 [11:17]

▲ 북 중앙에 봉황과 용을 그리넣거나 직접 문양을 새겨넣은 명품소리북.


60년 넘게 북만드는 일에 매진해 온 국가무형유산 임선빈(73) 악기장의 4개월에 걸친 명품소리북 제작과정이 눈길을 끈다. 명품소리북은 나무재질부터 가죽품질·물감질 등 일련의 제작과정이 특이하다.

 

문화재의 명칭은 참고로 명칭이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당시 '무형문화재(無形文化財)'였으나 2024년 5월 기존의 문화재보호법을 대체하는 국가유산기본법이 시행되면서 '무형유산'으로 바뀌었다.

 

지난 18일 오전 시흥시 과림동의 공방에서 임선빈 악기장을 만나 명품북 제작과정을 들어봤다. 지난 2022년 국가무형유산 악기장으로 인정받은 뒤 명품소리북이 옛날 과거 젊은 시절에 악기 만들 때를 기억해내 재탄생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임 악기장에 따르면, 명품북에 쓰이는 재질로 일반소리북은 보통 소나무 밑기둥을 사용하지만 명품북은 밤나무나 포플라나무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북 몸통을 때렸을 때 일반소리북은 딱소리가 날뿐인 데 반해 명품북은 소리가 둔탁하고 은은하게 널리 퍼져나가는 느낌이 난다고 전했다. 

 

또 가죽은 보통 소가죽의 다양한 부분을 사용하는데, 명품북은 소 목덜미 부분의 가죽만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두껍고 지방이 많아서 명품북을 제작하기에 안성맞춤이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예전에는 소가 덩치가 커 한 마리 목부분 가죽에서 북 양쪽에 쓰이는 2장 물량이 나오기 때문에 한 번에 제작할 수 있었다. 반면 요즘에는 소가 작고 숫자도 적어 물량이 1장만 나와 다른 한마리 가죽을 사용하다 보니 짝이 좀 안맞을 수 있다. 그래서 양쪽 소리가 약간 불균형으로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제작공방을 찾은 기자가 명품소리북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최근에는 목가죽 구하기가 옛날에 비해 더 어렵다. 임 악기장은 젊었을 때 스승의 가르침을 기억해내 명품소리북 복원을 했는데 완벽한 소리를 재현해내려면 더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누르스름한 일반북에 비해 명품북의 가죽색깔도 다르다. 예전에는 천연색으로 물들였는데, 이는 가죽털 벗기는 기술이 부족하다 보니 벗기고 나면 가죽이 지저분해 그걸 보강하는 차원에서 물감을 들였다. 그런데 이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렵고 힘들다 보니 요즘은 물감칠을 잘 안한다고 한다. 

 

명품북 가죽은 먹물이나 인체에 해가 없는 재료로 물감을 들이는데 이렇게 하면 북이 무게감도 있고 품위도 있어 보인다. 서편제 영화를 보면 북색깔이 예전과 비슷하게 나온 소리북을 사용했는데 요즘은 색이 자연적으로 나오는 소가죽을 구하기가 어렵다. 우리안에 가둬 키우고 사료로 키워서 가죽만 늘어났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소가 들에서 일하고 수레도 끌고다녀 엉덩이에 탄력이 있어 가죽이 좋았다는 얘기다.

 

염색 방법은 주로 3가지로 나뉘는데 진밤색·갈색·노란색으로 만들어진다. 염색을 하면 북에서 나오는 소리가 달라지는데, 일반가죽은 때리면 소리가 강하게 저음으로 나오는데 비해 염색을 하면 소리를 잡아주는 작용을 해 은은하게 뻗어나간다고 한다.

 

현재까지 명품은 10개가량 제작했다. 6개는 이미 출하됐고 4개는 예약주문으로 제작 중이다. 1개 만드는 데 대략 4개월가량 소요되며 1년에 잘해야 3개, 보통 2개정도 한정판으로 제작 가능하단다. 염색과정에서 직접 일일이 뒤적거려 물이 잘먹도록 밤새 고루고루 주물러줘야 제대로 색깔이 나오기 때문이다.

 

▲ 임선빈 악기장이 만든 명품 소리북


이렇게 공을 들여 만든 명품소리북에는 특이하게도 북 중앙에 봉황과 용을 그리넣거나 직접 문양을 새겨넣은 북도 있어 다양한 작품으로 탄생되고 있다.

 

명품북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소리북 고수들이다. 또 명창들도 찾아오는데 두세 개씩 구입해간 명창도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서울의 한 판소리보존회에서도 주문이 들어왔다.

 

명품소리북을 제작하고 있는 임선빈 악기장은 "제가 만든 명품북을 소유한 분들이나 희망하는 분들이 사용하시면서 '참소리가 좋다'라는 한마디만 해주면 더없이 고마을 뿐"이라면서, "소리를 좋아하는 일반 시민들도 시흥 제작현장에 놀러오셔서 여러 북을 감상하고 필요한 북이 있으면 직접 만져도 보고 고르시면 좋은 북을 구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임선빈 악기장은 11살에 전남 여수 덕양에서 우연히 고 황용옥 선생님을 만나 북을 만들기 시작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기념 대고 제작에 참여했으며, 1998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악기장(북메우기) 보유자로 인정됐다.

 

2018년 평창 동계 패럴림픽 개회식 대고 제작 및 기증을 했고, 2022년 국가무형문화재 악기장(북제작) 보유자로 인정됐다. 또 다큐멘터리 영화 ‘울림의 탄생’(2020)과 무형유산 특별기념 공연 ‘장인의 발걸음’(2022)의 주인공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문의 (010-8751-0157).

 

■출생 및 학력·이력·경력·수상 내역

▲1950년 7월7일(음력) 충북 청주시 청원군 내수읍 출생, 초등학교 중퇴 ▲88올림픽북제작 참여, 통일전망대북제작 참여, 청와대춘추관북제작 참여, 대전에스포북제작 참여, 안양시민의북 제작기증, 79회 전국체전 시민의북 제작, 평창페럴림픽북 제작기증. ▲1998년 9월11일 제주시장감사패, 1997년 12월11일 안양시장감사패, 2010년 8월6일 제9공수특전여단장감사패, ▲2016년 12월30일 무형문화재 전승활성화 유공표창, 2010년 1월28일 2010년 충청북도명장심사위원, 2018년 4월2일 안양시장표창장, 1993년 3월25일 전국공예품경진대회장려상, 1997년 2010년 27회 경기도 공예품경진대회 입선, 1997년 9월12일 전승공예대전 입상. ▲2022년 국가무형유산 악기장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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